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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 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회고 2022. 12. 27. 01:29

    1) 나의 2022년은 몇 퍼센트가 운이었을까?

    어울리는 배경음악이랄까?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MR

    내가  넥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운일까?

     난 넥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초창기 멤버이다.

    현재의 넥슨의 블록체인본부가 성장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았고, 함께 성장도 했다.

    넥슨에서 블록체인과 관련 없는 프론트웹개발팀에 있던 내가 대외비였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호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운 때문이었을까?

     

    올해에는 강대현 부사장님과 외부업체를 만나러 다니고,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고, 이야기할 시간도 많았다. 아마 추웠던 금요일 점심쯤 이였던 것 같다. 강남으로 이동하는 중에 난 부사장님께 물었다.

     

    류기혁: "부사장님 제가 프로젝트A(메이플유니버스의 초기 이름)를 하게 된 것이 순전히 운일까요?"

    강대현: "왜요? 기혁님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류기혁: "저는 운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넥슨에 입사한 2020년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 믿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부사장님이랑 일하고, 신규 사업에 참여하는 게 운이 좋다.라고 이야기 하면 제 노력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남들한텐 모르겠고, 적어도 나한텐 따뜻하신 분이다.

     

    내가 넥슨을 나가지 않은 이유

     난 과거 넥슨 블록체인 자회사였던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BEL)에 속해있었다.

    당시 블록체인 산업이 좋지 않았고,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여 우리 프로젝트는 사라지게 되었고,

    나는 블록체인서비스 개발자 포지션이었기에 마땅히 이동할 수 있는 팀이 없어 포지션을 변경했어야 했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선택했고, 나름대로 이것저것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반면 과거 동료들은 "넥슨에서는 블록체인 못해"라는 말을 하고, 다른 블록체인 업계로 떠났다.

     

    내가 넥슨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사실 단순했던 것 같다.

    직전의 나의 창업은 마치 어린애들의 장난 같았다. 조금은 성숙함을 배워보고 싶었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 프로젝트의 실패와 프로젝트가 접히는 것에 대한 억울함에 공감하지 못했다.'

    즉, 넥슨이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템이 아직 블록체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고 만들었고 프로젝트가 접히는 것은 꽤나 합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넥슨에서는 블록체인 못해'라는 말에 공감할 때까지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고,

    언젠가 넥슨에서 다시 한번 블록체인을 해볼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난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는 공감을 잘 못하는 편이다..

     

    넥슨에 블록체인 하는 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류기혁 = 블록체인 하는 애'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것이었다.

     

    1) 외부 강연

     당시 코로나로 외부 강연 프로세스가 정말 너무 복잡했다.

    너무 귀찮아서 휴가를 내고 조용히 다녀오는 것이 편했을 것 같지만, 결재라인이 굉장히 높은 곳까지 닿아있었다.

    내가 블록체인 외부강연을 다녀오면 적어도 나의 결재라인분들은 내가 블록체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약 4번 정도의 외부강연을 했고, 이로 인하여 처음으로 부사장님과 게임디렉터님들 앞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제주도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비대면으로 하라고 했다.

     

    2) 블록체인 도입 아이디어

     당시 나는 현재의 메이플 월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NFT가 적용된다면 어떨까 많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 외, 넥슨플레이 / 넥슨쇼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하여 당시 나의 멘토는 칭찬과 우려를 해주셨다.

    '이런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 지금은 프론트개발자로서의 역량에 집중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까?' 등

     

    결론적으로 이 또한, '류기혁 = 블록체인 하는 애'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것에 일부였다고 생각한다.

     

    3) 사내 NFT 프로젝트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프로젝트A 합류 이후 완성되었지만, 이와 같은 이벤트도 진행했다.

    (퇴근 후, 새벽까지 도트를 찍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졌다. 이것이 2021년 회고가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운일까?

     뭐 사실 운이고, 운이 아니고 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운'을 따진 이유에 대하여 2022년 끝자락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나는 WEB3.0을 믿었고, 스스로 블록체인 도입에 대하여 사업적인 측면을 포함하여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게 될 때, 넥슨도 블록체인을 분명 도입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아마도 난 넥슨의 WEB3.0 시작에 내가 있을 수 있게 차근차근 준비를 한 것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운칠기삼?

    아니. 그래도 난 운삼기칠로 하고 싶다.

     

     

    프로젝트 초기에 난 나만의 블록체인 도입의 이유를 정의 했었다.


     

    2) 난 개발자일까? 리더일까?

    기혁님은 아직 개발이 하고 싶으신가요?

     프로젝트 초기부터 '프론트웹개발파트 파트장 -> 블록체인팀 팀장 -> 블록체인팀 개발 파트장 -> 블록체인개발팀 부팀장 -> 블록체인개발팀 팀장'을 거쳤다. '류기혁이라는 사람이 영리하고 뛰어나다.'라기보다는 그저 블록체인을 오래 했고, 넥슨에 오래 있었고, 프로젝트의 변화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직책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그저 팀의 구성원인 시절에도 난 내가 담당했던 프로젝트 부분 부분에 내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쯤은 팀장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긴 했다.

     

    팀 by 팀이겠지만 막상 직책을 맡고 보니, 코드를 짤 시간은커녕 볼 시간도 없었다.

    스타트업 창업을 했을 때와는 운영 난이도 자체가 틀렸고, 결정적으로 팀의 규모가 엄청 컸다.

    한 사람이 운영할 수 있는 팀의 수가 8명 이하가 이상적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팀은 그 숫자를 아득히 뛰어넘었고,

    블록체인이라는 신사업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신입이거나, 다른 부서에서 참여한 유대감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들 뿐이었다.

     

    팀의 규모가 커질 때로 커지니, 무언가 가슴이 답답하고 무서웠던 것 같다.

    많은 상급자분들과 면담을 했고,

    공통적으로 받은 질문은 '아직 개발이 하고 싶으세요?'였다.

     

    "네. 아직은요. 지금 개발을 놓기에는 제 경력은 충분하지 않고, 아직은 제 강점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난 그렇게 팀장에서 다시 파트장으로의 이동을 반복했다.

     

    난 비겁한 애송이였던 것 같다. 

     이 혼란한 시기에 내가 택한 방법은 리더의 역할을 분배한 일이었다.

    그렇게 얻은 시간에 나는 실무를 할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시기에 팀의 혼란은 더 가속화되었고, 명확하게 팀 비전을 제시할 리더는 공석이었다.

     

    출퇴근을 하는 차 안에서 가장 생각을 많이 하는 데.

    이 당시 나는 기회가 찾아왔음에도 잡지 못하는 나의 역량을 매우 비관했던 것 같다.

    난 리더도 실무자도 아닌 비겁한 애송이였다.

     

    9월 17일 토요일

     강대현 부사장님이 나와 친한 회사 동생에게 밥을 사주신다고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철없는 농담을 하다가 나의 고민을 얘기했다.

     

    전 아직 매니징을 하는 것이 무서워요. 마치 넥슨이라는 모래 늪에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어떤 계기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하면 "저는 넥슨에서 블록체인개발팀장을 하던 류기혁입니다! 아차차. 근데 개발은 손 놓은 지 1년 돼서 실무 투입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ㅎㅎ" 보다는 "넥슨에서 블록체인을 개발한 류기혁입니다."가 더 가치 있지 않을까요?

     

    이 말을 듣고 부사장님은 자신이 개발자였던 과거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 값진 이야기의 결론은 나의 마음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난 개발자로서 최고가 될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다른 스킬들을 늘려나갔다. 이를 기혁님에게 대입하면 매니징도 하나의 스킬이 아닐까 생각된다."

     

    "단순히 직군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보다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류기혁의 키워드는 넥슨의 블록체인인 것 같고,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나는 개발자보다는 매니징을 하고 싶다고 보고했다.

     

     

    블록체인개발유닛 팀장

     감사한 조언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본부장님의 '팀의 리더는 아직 실무자이다.'라고 했던 조언이 기억났다.

    개발자는 꼭 코드를 타이핑해야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나 또한 팀원들 보다 개발 속도는 느려지고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할 수 있고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라고 했다.

     

    1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2023년 난 최고의 블록체인개발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적어도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서는 가장 유의미한 제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각 구성원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그다음 일은 그다음에 생각할까 싶다.


     

    3) 끝으로

     2022년 한 해는 정말 많이 배웠다. 

    커다란 회사에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에 대하여 옆에서 생생히 보았고, 아직도 보고 있다.

     

    팀 또한 마찬가지였다.

    팀이 생겨나, 성장함에 따라 어떤 요소들이 필요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배웠다.

     

    아마 항상 그래왔듯, 2023년이 되면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겨날 것이고 어김없이 이를 극복해나갈 것이다.

    2023년의 끝자락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블록체인개발자? 프론트개발자? 아니면 다시 게임개발자? 아니, 더 나아가 개발자는 될 수 있을까?

    근데 분명한 건 기존 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보다 더 멋진 제품을 만들 것이고, 아마 우리 팀은 선두를 달리는 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뒤에는 든든한 백커 넥슨이 있고,

    넥슨에는 조금은 비상식적인 류기혁이 있다.

     

    난 WEB2와 WEB3의 브릿지가 되고 싶다.

     

    ps. 이번 회고에서는 잘한 점을 적지 않았는데.. 바쁜 시간 속에 꾸역꾸역 NDC에 나가 발표를 한 것이 너무 뿌듯하다.

    그리고, 2023년 9월 23일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조금은 더 성숙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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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R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