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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 나는 '악당'이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회고 2023. 12. 31. 19:44

    난 네가 악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분사로 동료가 떠날 때, 이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사실 그 메시지는 스스로에게 보내고 있었던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메시지였다.

    That's Life · Frank Sinatra
     

     

    여름쯤이였을까?

    유튜브에서 과학자에 관련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실패를 성공하기 위하여 끝까지 노력한다."

     

    과학자들은 성공보다 실패가 익숙한 환경이기에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완성 된 실패를 하고, 완성 된 실패를 또 다른 성공의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듣다 보니 너무 공감되었다. 그들이 실패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끝도 없이 우울하다가 끝나지 않을까?

     

    꽤 오랜 옛날 악당의 특징이라며 적혀있던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던 그때의 글이, 과학자의 이야기와 함께 다시금 떠올랐다.

     

    악당의 다섯 가지 특징

    1. 큰 꿈이 있다.

    2. 연구개발을 열심히 한다.

    3. 실패해도 기죽지 않는다.

    4. 조직적으로 행동한다.

    5. 잘 웃는다.

     

    그저 그런 이야기들일 수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2023년, 2024년 내가 취해야 할 태도가 명확하게 정의 되어있었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큰 꿈을 가지고, 매사에 열심히이며, 실패해도 기죽지 않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며 잘 웃는 것'이기 보다,

    '악당처럼 행동하기' 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목표는 단순해지고, 뚜렷해졌다.

     

    그렇게 나는 '악당'이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좋았던 점


    작년의 아쉬운 점이 올해의 좋았던 점이 되는 것 같다.

    1) 나답게!

    난 이제 어떤 태도로 내 역할에 임해야 하고, 어떤 것을 수행해야 하는지 깨달아버린 것 같다. 

     

     작년, 나 자신을 '애매모호한 포지션의 애송이'라고 생각했었다.

    팀에 어떤 형태로 기여를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였고, 이러한 생각과 태도는 결과적으로 모든 상황에서 썩 좋지 않게 반영되었다.

     

    많은 분께 조언을 구해보았지만, 그 조언은 각기 달랐고 크게 와닿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모든 생각과 태도에 대하여 확신보다는 불안이 컸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라는 무적의 말을 꺼내며 불안정함을 합리화 해대며 시간 보내기를 반복했는데,

    2023년 끝자락에서 뒤돌아보니 꽤 많은 것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해 있었고 불안정하므로 시작했던 많은 것들이 오답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협업하는 방법과 태도, 효율보다는 여러 상황에 따라 업무 분배를 하고, 파트 분리를 하는 등 내가 행하는 많은 생각과 행동들이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좋은 리더라면 지양해야 할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팀 by 팀'이라는 말이 있듯, 리더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고 내가 하는 방법들이 정답은 아니지만 오답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혹여나 나의 불안함이 전염이 될까, 걱정되었는데. 더는 이런 불안함을 갖지 않게 되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불안함을 떨쳐낸 것이 2023년 내가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2)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을 찾았다.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내가 우리 팀에게 어떠한 이점을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 왔다.

    코드의 퀄리티에 대한 가르침을 줄 수도 없었고, 녹진한 경험을 통하여 인생의 가르침을 줄 수도 없었지만

    아마 많은 리더 속에서 내가 가장 잘할 것 같고, 나이기에 줄 수 있는 선물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흑섬 쓰는 방법

    더보기

     그대는 흑섬을 아는가?

     

    토도 아오이
    주력을 담은 공격을 행하였을 때, 물리적 타격이 발생한 시간과 주력의 충돌이 발생한 시간 간의 오차가 0.000001초 이내였을 경우 발생하는 공간의 왜곡 현상.
    흑섬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때 주력이 검게 빛나기 때문이며, 타격의 위력은 평균적으로 약 2.5 제곱이 된다.
    물리적 타격을 동반하는 술식의 경우, 흑섬이 발동했다면 그와 연동된 술식의 위력도 같이 상승한다.

    흑섬을 한 번이라도 성공시킨 주술사와 그러지 못한 주술사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일종의 '감'을 깨우친 상태를 말하는데, 현실에서도 꽤 많은 예제가 있다.

    스포츠 'Zone' / 불교 '금강불괴' 등 결국 이것들의 공통점은 어떤 상태를 경험하면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면담 때마다 난 항상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그 영역을 좁혀가야한다고 말을 한적이 있는데,

    보통 이것은 연차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가 구체화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를 스페셜리스트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개발 분야에 국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만의 무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기를 찾고 활용할 줄 알게 되면, 이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고 가치를 인정 받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무기를 찾는다는 것은 수능 이후, 자신의 적성에 맞추어 과를 지원하는 것과도 같은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점을 공감하고 인지한다면 찾을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간다고 확신한다.

     

     

     류기혁 무기고

     

    1) 성실함 → 정량화 / 자기객관화 / 자기어필

     나는 어려서부터 굉장히 성실한 편이였다.

    이 영향은 '공부를 못해도 성실하게만 살아라'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대하여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 나의 양심이였다.

    성실함이라는 무기는 증명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적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즘은 개근상에 대한 가치가 적은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남들보다 더 성실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무기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성실함을 정량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회초년생 때 부터 데일리를 작성하면서 하루하루 겪은 내용들을 기록했다.

    =>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반복하여 물어보거나 박복하여 실수하는 경우가 없었다.

    => 연봉협상 시기에 내가 잘한 일들을 적어야할 때, 나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적어서 제출하곤 했다.

    => 일처리가 썩 나쁘지 않았고, 이는 나의 평판과 이어졌다.

     

    사실 이 무기의 가치는 '성실함' 보다는, '성실함'을 사용하기 위한 정량화 과정에서 나를 어떻게 포장하고, 보여주여야하는지 깨우친 것 같다.

     

    2) 마리오 빨리 깨는 능력 → 문제해결능력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이뻐보인다고 했던가, 어려서 부모님은 시험을 못봐도 내가 플레이스테이션1으로 마리오 깨는 속도를 보며 "와 진짜 기혁인 뭐라도 될 애야"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자아가 성숙해지는 와중에도 '아.. 엄마가 마리오 실력 보고 놀랐는데.. 이거 어디에 써먹어야 되는거지?'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고민속에서 나중에 메이플스토리GM이 되어서 버프나 뿌리고 다녀야지 마음 먹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여러 사건이 있었다.

    • 부모님이 TV방 문을 잠구고 외출해도 문을 따는 방법을 깨달았던 것
    • 부모님이 컴퓨터 전원선을 빼고 외출해도 파워선을 구해서 게임을 한 것
    • 부모님이 키보드를 빼고 외출해도 가상 키보드로 크레이지아케이드를 한 것
    • 수학 학원에서 고학년의 문제를 이상한 방법으로 풀어서 주목 받았던 것
    • 적성검사 수시에서 전국구 인재가 되었던 적

     

    이렇게 난 항상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해결하고 있었고,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키워드를 알게 되었을 때.

    마리오 빨리 깨는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나에게 '문제해결능력'이 남들 보다 얼마나 날카롭게 준비되어있는 무기인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 되었을 때, 항상 그 환경에 들어가려고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넥슨 쇼핑에서 카카오 페이 결제 문제가 있었을 때, 해결한다고 자신하고 약 2주동안 해결을 못했었는데. 결국은 잘 되었다.

    확실하지 않지만, 자신있게 써먹으려는 이유는 나에게는 '성실함'이라는 무기가 있으니 '문제해결능력'으로 못이기면 무기 교체를 하면 어떻게든 끝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이다.

     

    이 무기가 가치가 있었던 것은 나에게 주어진 '문제해결능력'과 관련 된 기회를 자신있게 잡을 수 있는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나한테 '문제해결능력' 무기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가치가 있는 무기이다.

     

    3) 'F' → 프로덕트 오너십

    내가 MBTI 중에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게 공감능력 이였구나. 지금 알았다.

      난 무언가 공감 능력? 감정 이입 능력?이 좀 있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난 어떤 서비스를 만들 때. 그 서비스를 '회사 것'이라고 인지하지 않고, '나의 소중한 작품'이라고 감정 이입을 심하게 한다.

    사람들은 돈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해? 라고들 했는데.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성격이다.

     

    그래서 나는 옛날부터 "난 개발자니까, 기획서에 나와있는 것 만들께요. 기획서만 일정내로 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여기 이상해요! 저기 이상해요! 여기에 이거 붙여보면 어때요?" 등등을 말하고 다녔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귀찮은 사람이 되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적극적이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날 좋아해주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였다.

     

    아마 지금 이순간 나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 친구가 아닐까 싶다.

     

    결론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무기를 찾았고, 이렇게 활용하고 싶다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아마 모두에게 간지작살나는 무기 하나는 분명히 있다. 그걸 찾아내어 정의하고, 활용하게 된다면 당신도 흑섬을 쓴 주술사가 될 것이다.

     

    3) 약점이 강점이 되었다.

    나 이제 주방도 맡을 수 있어요.

     

     작년에 내 역량으로 인하여 포기 했던 서비스가 부메랑 처럼 돌아왔다. '아.. 이제 우리 팀의 정체성이 점점 명확해져서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나 GO언어도 모르고, 백엔드도 모르는데?'라는 걱정도 들었다.

    내가 모르는 영역을 리딩 한다는 부담감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무거웠고, 조금만 정신줄을 놓치면 내 자존감까지 건들 수 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서비스의 구현 방법까지 알지 못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있었고

    '나 혼자 만들어야 될 수도 있으니, 의존성을 줄여야한다.'라는 생각을 놓아버리니 쉽게 극복이 가능했다.

     

    결국 내가 해야할 역할은 서비스의 내부 시스템이라기 보다, 그 본질이 의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이 상황속에서 개개인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노력으로 만들어진 서비스가 올바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약점이 될 수 있으니까, 의존성을 줄인다.' 보다는 계속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게 다른 매력을 높여갈까 싶다.

     

    지금 자신감으로는 어떤 서비스든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으랏챠

     

     

    아쉬웠던 점


     

    1) 난 아직도 비겁한 애송이였다.

    • 항상 '나도 처음이라..', '나도 경험이 없어서.. ㅠㅠ'를 무기 처럼 썼다.
    • 이 자체가 사실이기에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부터 나의 무기 마냥 휘두르는 나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 점은 잘 못 되었고, 너무 아쉽다.

     

    2) 간장 종지 류기혁

    • (고해성사)
    • 여러 문제가 있을 때, "아유 괜찮습니다.", "걱정마요!" 등등의 말을 해줄 때도 있었는데. 거짓말로 했을 때도 있었다. 썩 괜찮지 않아도 짜증을 낼 수는 없으니 괜찮다고 했다.
    • 나는 어떤 상황이든 유하게 받아들이고, 녹진하게 문제를 해결 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녹진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그 경지에 도달하고 싶고, 그런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 그렇기 때문에 뭐 거참 짜증도 낼 수 있고, 거짓말로 괜찮다고 할 수 있지. 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고, 이 점이 아쉬웠다.
    • 또 다시 마음 가짐을 바꾼지 1-2개월 된 것 같은데. 앞으로 이 마음이 유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3) 안식처

    • 굉장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솔직히 올해 우울증 걸릴 것 같은 기분을 몇 번 느꼈다.
    • 왜 그런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내가 느끼는 부담감을 "난 악당이 될꺼야!"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는 괴리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갱년기인가 싶기도 하다.
    • 아무튼 이런 개인적인 피로들을 어떻게 풀어내야할 지, 아직 잘 모르겠다. 워낙 성격이 하루 자면 잊어버리기에 이런 피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생각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는데.
    • 내년에는 조금 찾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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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R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