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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고] 안녕 나의 20대 (부제: 특별할게 없다고 믿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회고 2020. 12. 13. 22:31

     2020년이 마무리 되고 있는 지금 내 자신은 변하지 않았고, 나의 시간은 멈추어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렀고, 나의 20대는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10대는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고, 20대는 그 기초로 나의 전문적인 힘을 기르는 시간이라고 생각 한다. 하지만 이것을 깨닫게 되니, 나의 20대는 끝났고 알 수 없는 30대가 찾아왔다.

     

    20대를 마무리하는 지금의 나는 만기 제대를 했고, 지방 4년제를 졸업했으며, 회사 경력으로 만 4년 6개월이 된 5년차 개발자이며, 넥슨이라는 대기업에 속해있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다.

     

    내가 걸어온 이 길이 절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감히 나는 나의 20대를 '역량 대비 최고의 성과를 거둔 시간'이라고 자신한다.

     

    그렇기에 20대의 마지막 회고록은 10대의 내가 던진 꽤나 무거운 짐을 20대의 내가 어떻게 처리하게 되었는지 회고 해보려 한다.

     

    난 나의 회고록을 통하여, 혹시나 나와 같이 인생 초반부에 집중 하지 못하여 좌절하거나,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부디 나의 길이 평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의 강점을 찾고, 무기로 만들었다.

     

    수능 평균 3.7등급

     

    말이 좋아 '3'이라는 숫자가 붙었지만, 사실 온통 4등급 투성이였다. 이런 결과에도 철 없게 찍은 문제가 꽤나 맞았다고 어머니께 이야기하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득하게 나의 미래가 보이긴 했다. '어찌저찌 중소기업에 들어가고 못해도 월급 300만원 정도는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겠지.'라고 생각하며 입학까지 그저 좋아하는 게임을 했다.

     

    하지만 입학하고 1학기 성적 장학금을 타게 될 때 부터 '잘못됨'을 느꼈다. 왜 나는 학창시절 장난끼 넘치고, 성적은 중간도 못갔는데.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 때 처음으로 나의 첫 번째 강점을 알게 되었다. 

     

    성실함

     

    어릴 적 좋지 않은 성적표를 들고 갈 때마다 아버지께선 나에게 "성실하기만 해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때 부터 였을까? 난 성실함이 나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고 성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도리를 지키기 위해 별다른 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나를 믿지 않았다.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부터 약속 장소에는 30분 전에 도착하려고 노력했고, 혹 늦잠을 잘까 걱정 되어 알람은 10개 이상 2분 단위로 맞추었다. 공부는 하지 않았다고 자신하지만, 출석은 무조건 했다.

     

    물론 성실함이라는 강점은 대부분의 사람이 내세우는 측정 불가능한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강점을 단순히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용도로만 활용하지 않았다.

     

    부족한 나의 뇌 성능을 커버하기 위해 단순 작업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메모장에 적었다.

    처음에는 "이걸 적어?"라는 비웃음을 샀을 지 몰라도 이를 통해 의미 없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어디 파일로 들어가서 어떤 것을 수정해야하는지 다 적었었다.

    20대의 끝에서 과거를 돌아보니, 난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여기기 때문에 자연스레 측정 불가능한 것에 대하여 어떻게든 정량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보잘 것 없는 메모였지만 난 나의 강점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고, 포장했다. 그리고 이런 행동 하나, 기록 하나가 모여 날 남들 보다 조금은 가치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누구든 강점은 존재한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그 강점이 또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강점이라는 무기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따라 가치는 충분히 차별화 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찾아보면 분명 그 능력은 이미 어디서인가 자신의 삶에서 발휘 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정량화하여, 세상에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난 나의 강점이 어디에서 발휘되고 있었는지에 대한 퍼즐을 약 2년전인 27살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그걸 어떻게 찾아?'라고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보자. 다만,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기를. 

     

    냉정한 자신의 가치평가

     

     대학교 4학년이 시작 되었을 때, 하나 둘 대기업 공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난 학과에서 성적이 꽤 좋았지만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기업을 노리는 것은 객기라고 판단 했고, 일절 고민 없이 빠르게 경력을 쌓는 전략을 세웠다.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모를 때는 미래에 무엇을 해야할지 깨달았을 때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그냥 시간 낭비 하고 싶지 않았다.)

     

    선배가 기회를 주셨고 한 중소기업에 입사 했다. 연봉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실례인줄 알았고 입사 후, 한달이 되기 까지 내 연봉을 모르고 다녔다. 이후, 내 연봉을 알게 되었을 때 아직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2200만원을 받게 되었다. `크런치모드`라며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 출근을 하고 억울하고 힘들어서 가끔 울기도 했지만 나름 만족했던 것 같다.

    난 아직도 그 시절 CTO님이 너무 무섭다.

    나는 호구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만족 하면서 다닐 수 있었을까? 기업이 나를 사용하기에 얼마가 적절할까?

    최소 아래와 같이 나의 연봉과 기타 유지비용이 회사가 나에게 지불해주는 연봉 보다 높아야 회사는 이익을 창출 할 수 있을 것이고 나를 채용할 메리트가 생길 것이다.

     

    나의 가치(회사에게 돈을 벌어줄 능력) > 나의 연봉(2200만원) + 4대 보험 비용 + 그 외 유지비

    (창업을 했을 때, 기억으로는 한 사람당 연봉 외 비용이 약 40-50만원은 족히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난 나의 가치가 최저 시급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에 내 능력을 증명하며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또, 기약 없는 취업 준비 보다 경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믿었기에 어쩌면 나의 연봉은 과대측정 된 것일 수도 있다.

    꼰대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강점 중 하나인 '빠른 시간안에 많은 경험'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선택이였다.

     

    기술 면접 때, 간단한 포인터나 기타 기초 질문에도 당당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같이 일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정말 개처럼 일하다 퇴사 했지만 보잘 것 없는 나를 받아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하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같은 능력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경쟁력을 만들어야한다.

     

    기회는 언제나 나에게 왔었다

     

     대학교 3학년 때, 게임 고등학교에 진학을 원하시는 학부모님에게 과외 문의가 들어왔다. 난 과외 경험도 없고, '고작 내가?'라는 생각에 거절 할까 생각 했지만 무의식 속에 어떻게든 이 경험을 끝마치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얻어 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과외를 성공적으로 끝마쳤고 그 경험을 통해 학창시절 나의 과외 선생님들의 무책임에 대하여 깨달았고, 누군가를 가르쳐준다는 것은 나에게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그 다음부터 비슷한 경험들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어쩌면 굉장히 오래전 부터 있었지만 당연하게 거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려워 하지 않고 기회를 잡다보니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여러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난 항상 부담스러운 선택을 해야할 때, '다 사람 하는 일인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 같다. 무책임한 생각일 수 있지만, 이 선택만 하게 된다면 '성실함'을 갖고 있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다.

     

    용기 내어 하나의 기회를 잡으면, 또 다른 기회들은 연속적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그렇게 하나 하나의 경험으로 자존감이 높아지게 되면 자연스레 욕심도 생기고 멋진 선순환을 만들어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떤 핑계로든 기회를 잡지 않는 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마스크 사기 당하고 인터뷰 기회가 찾아와 그 기회도 잡았다.. 이제 검색창에 `류기혁` 치면 나오는게 늘었다.. 피해자.. 류.. 기.. 혁...

     

    인생은 게임과 같았다.

     난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게임에서 느낀 경험에 빗대어 생각한다.

    최근에 생각한 '게임 개발자 2년, 웹-앱 프론트 개발 2년, 이제는 백엔드.. 이렇게 잡다한 경력이 이제 막 주니어 딱지를 땐 나에게 도움이 될까? 그리고, 내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을 까?'라는 고민도 한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캐릭터를 육성 시키며 게임을 즐기는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과거의 나는 여러 캐릭터를 육성 하며 '난 참 끈기 없는 사람이구나.. 현실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 이런 방식으로 게임 전반적인 시스템을 이해했고 남들보다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잘했던 것 같다. 그러니 지금의 넓고 얕은 경험들도 추후, 다양한 개발을 하게 될 때 더 없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믿으며 만족하고 있다.

     

     과거 대학교 시절 대기업에 재직하는 선배들이 찾아와 강연을 해주셨다. 그 때마다 내가 느낀 건 '뭐야.. 그냥 태어나길 똑똑하게 태어나셨으니 좋은 곳에 간 것 같은데.. 왜 저게 팁이지? 그래서 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라는 부정적인 마음 뿐이였다. 사실 지금도 이 마음은 같다. 슬프지만 태어나길 똑똑하게 태어난 사람이 존재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른 전략을 세워보니 나도 그들과는 다른 형태로 비슷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게임에서 처럼 사람은 각자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판이 마치 '지능'에 의해 절대적으로 측정 된다고 믿고 그로인하여 자신의 특성이 '지능'이 아니여도 모두 그것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법사는 지능을 찍어야하고 전사는 힘을 찍어야한다. 둘은 다르지만 추후 파티를 맺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서로에게 서로는 필요한 존재다.

     

    가끔 돌연변이들도 있긴 하다.

     

    나의 20대는 '알고리즘? 자료구조? 토익? 남들이 가는 방향으로 빛날 자신이 없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빛날 수 있다.'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나의 전략은 성공적이였다. 나는 어쩌면 대기업 신입 공채를 준비하는 분들 보다 컴퓨터 공학 지식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난 내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고 나의 강점을 계속해서 멋지게 다듬고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도 `평판은 절대적으로 지능에 의해 결정 된다.`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각자만의 특성을 멋지게 뽐내었으면 좋겠다.

     

    아직 2020년 12월이 보름 정도 남았지만 2020년 그리고 20대의 회고를 빠르게 마무리 하고, 편안하게 연말을 즐겨야겠다.

    안녕 나의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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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R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