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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시국에 32만원 마스크 사기를 당했다. (feat. 중고나라)
    회고 2020. 2. 27. 12:54

    마스크가 이렇게 귀한 것인지.. 그 때 알았더라면..

     

    마스크 업계에 들어온 뉴비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몇 퍼센트인줄 알아?
    50%야... 당첨되거나, 당첨되지 않거나..

     사실 난 안전불감증에 가까웠던 것 같다. 황사 때, 지인들이 선물 해준 마스크 재고가 쌓여있었고 코로나가 처음 터졌을 때에도 마스크에 답답함에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31번 확진자가 발견 되었고 그제서야 마스크를 착용 하기 시작했다. 주변인들이 마스크를 공구할 때에도 관심이 없었다. 2월 25일(화) 강남역 마스크 5매 22,000원 사진을 보고 그제서야 마스크 물량 확보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

    마스크를 구매하려다보니, 여러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의 가격은 개당 4천원이 훌쩍 넘어갔고, 아무리 사태가 심각해도 평소 800원 ~ 1,200원 하는 마스크를 문화상품권 한장에 사기에는 난 쓸데없이 짠돌이 였던 것 같다.

     

    정보화시대에는 분명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고, 정가 판매 사이트들을 찾아 냈다.

    수강신청인가..

    마스크 뉴비는 당연 마스크 업계 선배님들의 클릭을 이길 순 없었고, 하루의 짬이 찬 2월 25일(수)에 한 판매사이트에서 구매를 성공했다. 마스크의 가격은 20매에 52,500원으로 개당 가격은 2,500원이였다.

     

    이건.. 기회야..!

    비트코인이 오버랩 되었다. 뭐.. 마스크로 재판매를 하거나 돈을 벌 생각은 1도 없었지만, 가족과 나만큼은 정상적인 가격에 걱정없이 사용하고 싶었다. 나에겐 사춘기에 공부를 하지 않고, 여러 사이트에서 `거상`이 되기 위한 매수와 매도 경험이 있었고, 이 시그널은 마치 비트코인으로 인생을 바꾸지 못한 나에게 신이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 같았다. 

     정부에서 마스크 물량을 푼다고 하지만, 초기에는 트래픽 문제도 있을 것이고,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 초에 정부 관련 쇼핑몰이 오픈 되어도 결국 안정적으로 보급되려면 4월 초는 되어야할 것 같다고 감히 판단했다. 그렇다면 약 30일 분량의 마스크와 가족들에게 보급하려면 약 100개 이상의 물량이 필요했고, 이 정도의 물량을 개인이 구하려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여행의 직구` `중고나라` `아마존` 그 외 직구 사이트들을 검색해보았다.

     

    자본주의를 무시하지 말라. 뉴비여

    하지만, 해외도 비슷한 상황이였고 또, 나보다 더 빠른 직구관련 선배님들의 행동력 덕분에 해외 사이트 조차 가격이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난 가지 말아야할.. 평화로운 중고나라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건의 시작

     점심시간이 조금 남아, KF94 마스크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는데.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왔다.

    얼마나 멋지신 분인가.. 이 시국에 이 가격을

    이 글을 보고 바로 연락을 했다. 또, 별다른 교류 없이 바로 입금을 하였다. 내가 `신뢰`로 입금을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미 이전에 거래를 한 이력이 있었다.

    (2) 이전 거래글의 번호와 현재 거래의 번호가 같았다.

    (3) 남편이 마스크 제조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 부모님 또래 분들은 항상 . 을 한개만 쓰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 을 쓰시는데 고작 이 사소한 부분에서 가장 큰 신뢰를 얻었다 ㅋ

    (4) 더 치트에 피해 이력이 없었다.

     - 결론적으로 해당 글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해당 계좌와 번호의 첫번째 피해자였다.

     

    게임 아이템 거래를 경험하고 중고나라를 경험한 인간으로서 `의심`이라는 것이 선량한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은 불쾌한 부분이 있었음을 알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조금만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구매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싸니까 사기라고 의심했어야지."라고 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정가 판매 사이트 (경쟁이 심하지만)에 비하여 비싸고, 말 그대로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이득을 볼 수 있고, 또 인류애를 지키는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입금을 하는 동시에 해당 게시글에 댓글에는 "사기인 것 같으니까. 직거래로 하세요."라는 피해자 선배님들의 조언이 올라오고, 사기임을 확신했다.

     

     

    방구석 코난

     처음에는 그저 나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잊자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반장님 두 명 뿐이던 피해자 단톡방이 20여명을 넘어서고,(현재는 71명을 돌파했다.) 단순히 신분증과 계좌 인증을 받지 않은 나의 무지함을 탓 했었지만 실제 계좌인증, 통화 까지 모두 끝내신 피해자분들이 나타나면서 '나의 피해는 이미 중고나라에 들어왔을 때부터 정해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노에 다시 사기꾼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아 윌 빠인쥬 (조선족 분들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이 아니다. 실제 통화한 분이 대화를 통해 추측하신 것이다.)

    어디서 부터 은애누나(가칭)를 찾아가야할까? 고민 끝에 표를 작성 했다. 피해자들의 제보 전화번호, 각종 통장 계좌들은 너무나도 많았고, 그것들의 교집합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은애누나의 호구였고, 나의 정보를 뿌리로 출발하기로 하였다.

     

    ㅎ_ㅎ 어짜피 핸드폰은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여서 공개하려다 혹시 몰라 잘랐다.

     

    나에게는 `사기꾼이 사용한 계좌 번호`, `계좌명`, `핸드폰 번호` 뿐이었지만, 내가 초기에 등록 이후, 18건이 등록되어 현재 19건 사기기록이 생겼다. 자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계좌 번호`에 따른 `핸드폰 번호`이다. 단순히 푼돈에 인생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계좌와 하나의 핸드폰으로 활동하겠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면 여러개의 핸드폰 번호는 필수 이고, 여기서 계좌는 정지될 것을 우려해 한 번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계속 옮겨다닐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도은애(가칭) <-> 박지아(가칭) <-> 이동수(가칭) <-> 김형욱(가칭) 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총 4명에서 더 이상 추가적으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이유는 `더치트`에 등록되는 정보는 전체 피해에 일부이고, 또 보통 정보가 비공개 처리되기 때문이다. 나도 연이은 꼬리물기 조사를 진행하며, 증거 사진의 끝자리 혹은 앞자리를 조합하면서 전체적인 정보를 만들거나, 피해자분에게 직접 쪽지를 날려 번호를 얻어내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결론은 27일(목) 새벽 2시 기준 은애누나는 총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15개의 폰을 들고 있으며, 5개의 계좌를 활용하고 있고, 등록된 피해액만 1600만원 가량이였다. (현재는 2천을 돌파한 것 같다. 물론, 이마저도 등록된 피해 기준이다.)

     

     

    대포통장? 어떻게... 하는거야?

     내가 처음부터 들었던 궁금증은 '어떻게 민증, 통장 인증을 하는데 사기를 치는것일까?'였다.

     통장, 민증을 훔쳤다고 해도 통장을 활용하기에는 힘들 것인데. 어떻게 그들은 일반 통장과 명의를 활용할까?

    운이 좋게 은애누나와 연관 된 사기꾼이 활용한 계좌 주인 한 분과 연락이 닿았다. 그 분이 사기꾼 집단과 카톡을 한 내용을 공유해주셨는데. 결론은 고액 알바였다. 업무는 자택에서 가능하고, 자신의 통장으로 돈을 보내줄테니 자신들이 부르는 통장으로 다시 돈을 송금해달라는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 화가 났다. 모든 것을 다 이해 해도, 자신의 통장에 돈이 거쳐 간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진행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저들이 계속해서 계좌를 바꾸는 것이니까.. 그런데 직접 대화를 해보니 조금은 생각이 바뀌고, 이런 알바를 하신 분들도 벌을 피해갈 수 없음을 알기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요약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방송 된 적 있는 방식이지만..

     

    (1) 하나의 조직이 고액알바로 '계좌명의'를 빌려줄 알바생을 찾는다.

    (2) 알바생의 업무는 입금 확인과 송금이다. (모두 자신 명의의 계좌로 이용된다.)

    (3) 하나의 조직은 직접 중고나라에 게시글을 올린다. (명품, 나이키 한정판 신발 등. 꽤나 익숙하거나, 중고 거래 경험이 꽤나 많은 혹은 시장 조사를 엄청나게 한 평범한..? 젊은 사람들 같다.)

    (4) 해당 중고나라 아이디도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과거의 흔적이 있는 아이디를 직접 구매한다.

     - 해킹이라고 하시는 피해자분들이 있는데. 해킹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나 또한 과거에 중고나라 거래 이력이 있다. 또, 아이디를 구매하고 싶다는 쪽지도 많이 받아보았다. 이를 통하여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은 과거 내역이 있는 사람들에게 쪽지를 보낸다. "~~ 카페 보고 왔어요."가 아닌, 보통 블로그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며 구매를 원한다. 

     

    흑우 기혁이의 생각

    (1) 수수료와 안전의 가치

     중고 거래, 아이템 중개(실제 아이템 중개 또한, 요즘 팬카페에서 직접 무통장거래를 한다.) 등 모든 판매 사이트에서 유저에게 진정 필요한 니즈는 `안전`이다. 중고 거래의 경우, 오프라인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거래 하다 보니 당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또한, 안전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에스크로 서비스도 존재함을 인정 한다. 하지만 유저는 편리하지 않으면 활용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하여 직접 경험하였다. 또한, 징글징글한..? 많이 싸졌지만, 안전 거래 수수료도 문제다.

     

    사실 이전에는

    `수수료 <<<<<< 안전` 안전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언제 부턴가 '설마.. 신분 인증 하고도 사기치겠어..?' 라는 이상한 믿음이 생기면서

    `수수료 >>>>>> 안전` 수수료를 아까워하기 시작한 것 같다.

     

    또, 최근에 발생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이런 마음을 이용한 것 같기도 하다.

     

    (2) 중고 거래에 있어 `평판`의 중요성

     중고 거래를 하면서 우리는 `평판`을 검색한다.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그들의 번호와 계좌 번호로는 사기꾼 여부를 판단 할 수 없다. `더치트`라는 좋은 사이트가 있음에도, 피해를 받은 유저가 자신이 사기 당한 여부를 파악하고 피해 사실을 글로 쓰기 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 그 공백의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 유저는 판매자의 아이디를 검색하여 이전 글 유무를 파악한다.

    - 더치트에서 사기 기록을 검색한다.

     

    중고나라 카페( = 네이버 카페)에서는 과거 글의 수정이 가능하다. 과거의 글들에서 번호를 수정해도, 명확하게 수정된 기록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과거의 글의 번호를 현재의 번호로 수정하며 마치 "난 과거부터 이 번호 썼어요.... 그렇지만, 사기 기록이 없죠? 전 사기꾼이 아니에요."를 어필한다.

     

    우리 페이스북 형님들은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수정 이력 표기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할 것 같다. 그리고, 거래에 있어 이 부분은 평판과 이어지고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결론

    1. 마스크 800원 -> 4,400원 이 되었다. 앞으로는 마스크도 상시 구비 해놓아야겠다.

    2. '난 개발자다. 그래도 설마 시스템에 허점에 사기를 당하겠어 후훗'라는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자. 인생은 실전이다.

    3. 돈 거래는 지인이여도 정말 꼼꼼히 진행하자. 혹시 '선의를 갖은 사람을 의심해서 기분나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집어치우자. 그러다 당했다.

    4. 서비스에서 사소한 표현 하나도 굉장히 중요하다. 유저는 실감할 수 조차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아.. 이래서 갓 페이스북 형들이?'라고 알아줄수도 있고.. 몰라줘도 그것 하나에 많은 것들이 예방되고 편리해질 것이다.

    5. '이 시국에 마스크로 사기를?' 아니.. 그들은 어떤 시국에서라도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다. 이번 게임은 내가 졌을 뿐..

    6. 계좌 명의를 빌려주는 것도 범죄이지만, 난 그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친놈이 잘 못 아니겠는가.

    7. 최근 이직을 하게 되고, 나름 돈을 모으려고 100원 차이도 민감하게 생각하며, 비교해서 샀는데. 이제.. 필요없어... 다 필요없어.. 사소한 돈 보단 내 시간을 줄이면 그냥 구매하자. "으으~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도 있잖아." , '이런 소비습관으로 1억을 모았다.' 그냥 난 사소한 것 안아끼고,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 영화 `코로나의 도둑들` 기혁의 독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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