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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T] 2000만원 개발자의 2018년 회고록
    회고 2018. 12. 31. 10:20

    새로운 시작


     2018년은 새로운 나를 찾은 시간이였다. 이미 약 2년동안 게임 개발자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둥지를 튼 새가 둥지를 떠나기 힘들 듯. 나 또한, 적은 월급이지만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돈과 익숙한 업무를 벗어날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점점 '불만'은 쌓여갔고 그 불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사실 난 게임공학과를 입학하기 전까지 개발자라는 직군의 존재 유무 조차 알지 못하였다. 입학 당시 '메이플스토리 GM이 되어야지.'라는 포부만 가지고 시작한 내게 뚜렷한 목표가 생길 리 없었다. 그나마 다른 친구들보다 성실했고, 성공에 대한 집착이 심한 정도? 무엇을 시작해야될지. 어디로 나아가야할지도 몰랐다.


     운이 좋았던 걸까? 우연히 비트코인과 관련 된 YouTube영상을 보게 되었고, 큰 돈을 벌어보고 싶은 욕심에 적금을 깨고 투자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결국 큰 돈을 잃었지만 난 그렇게 블록체인에 가까워졌고 지금은 누군가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개근상


     나에게는 특이한 신념 같은게 있었다. '공부를 못할꺼면 성실하기라도 하자!'라는 것이였는데. 살아가면서 이런 마음 때문에 받아본 것은 개근상과 수행평가 점수 뿐이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매일 타고 다니던 버스에 문제가 생겨 지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난 '개근상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라는 이상한 집착 때문에 버스 회사에 전화를 하여 서류를 받아 기록 된 지각을 없앤적이 있었다. 사실 이런 성격들이 살아가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고, 인정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능력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아보니, 그런 '집착''성실함'이 끊임없이 '새로운길을 찾아야된다.'라는 의문을 남겨주었고 또, 과거의 내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달려와준 덕분에 지금은 같은 또래에 비해 조금 더 여유롭게 내가 원하는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때는 남들이 가는 길로 무작정 달려가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렇게 길을 걸으면서 열심히 '나'를 알아가다보면 나중에 '나'를 알게 되었을 때. 잠깐 멈춰설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을 수 있다. 대학교 4학년 5월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선배를 통해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가족, 친구 모두가 내게 대기업을 도전해보라고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당시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대기업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경력을 택했다. 연봉 2200만원을 받게 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미래가 막막했지만 그 때 당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잘한 점


    (1)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 퇴사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이것저것 책을 샀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그 책을 읽지 않고, 침대에 뒹굴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생처음 '스터디'를 해보기로 했다. 내 강점은 '성실함'이였고 특징은 남들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것이였다. 스터디를 진행하게 된다면, '내가 스터디를 빠지거나 소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블록체인 스터디를 찾아나섰고, 운이 좋게 초기 스터디들은 모두 좋은 사람 투성이였다.



    정확히 퇴사를 하고 2주가 지난 시점 부터 7일 중에 5일 이상을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2) 기회 잡기

    - 살다보면 정말 많은 기회들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기회들은 귀찮고, 잡아도 썩은 동아줄일 확률이 높지만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 보다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이더리움 판문점 선언문'을 올릴 때, 사실 귀찮을 것 같았고, 누군가 할 것 같았지만 일단 했다. 문자열을 16진수로 바꾸는 것? 물론, 개념은 알고 있지만 해본적도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를 번역하며 토요일 아침 부터 머리를 쥐어 뜯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결국 해냈고, 정말 많은 칭찬을 받았다. 나의 노력에 대하여 정말 멋진 사람들이 잘했다고 궁디팡팡을 해준 것은 처음이였던 것 같다. 토요일 아침 내가 이 일을 하지 않고, 그냥 다시 잠에 들었거나 게임을 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상황에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장중혁 대표님과 기사를 쓰고 싶다고 제일 처음 연락주신 윤형중 기자님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3) 공부 한 것은 꼭 자료로 남기기

    - 스터디를 진행 할 때, 정말 열심히 준비 했다. '난 무식하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면 안된다.' 라는 생각 뿐이였다. 난 지방대를 나왔는데. 스터디에 사람들은 인서울에 심지어 교수님도 있었다. (아.. 물론 지방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내가 느끼는 심정이였다.) 물론, 주위분들은 그런 것 신경쓰지말라고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내가 한 평생 노력한 것이 그들과 견줄 수 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고, 더 좋은 발표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남긴 자료 덕분에 누군가에게 설명해주기가 쉬워졌고 이 모든 것이 내 능력이 되었다. 동덕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또 다른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 블록체인 개론을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자료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올해 초에는 블록체인 자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료를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데. 사실 많이 두려웠다. '틀린 지식이면 어쩌지?', '지적을 당하면 사람들이 날 무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지적 또한 나에게는 공부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년 부터는 조금 더 전문적인 글들을 쓰고 싶다.



    (4) 컨퍼런스 & 해커톤 참여

    - 운이 좋게도 대부분의 블록체인 컨퍼런스는 항상 무료 표를 받았다. 다양한 회사들을 보며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하였고, 좋은 친구나 지인을 만들 수도 있었다. 사실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배울 수 있던 컨퍼런스는 없었던 것 같다. (있어도 항상 그땐 일이 생겼지..) 하지만 업계의 동향을 파악하기가 너무 좋았다. 개발자도 주기적으로 '현장?'을 경험해야된다고 생각한다.

     해커톤은 운이 좋게 지인을 만나거나, 지인과 함께 나간 것이 대부분이였지만 정말 짧은 시간에 결과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고, 단기간에 새로운 무언가를 습득해간다는 것도 좋았다. 또, '내가.... 내가 아직 살아있는 거구나..'를 느끼기 위해 1~2개월에 한번쯤은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LoomNetwork & Mossland 가 제일 지옥같이 길었던 것 같다.



    아쉬운 점


    (
    1) 기초에 너무 충실했다.

    - 지인 분들에게 항상 예를 드는 상황이 있다. "남들은 다 달려나가는데. 저 혼자 뒷따라오는 사람들 손 잡아 주고 있어요.. 기다려요 같이가요.." 언제부터 인가 난 블록체인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기초를 설명하고, 함께 기초를 다시 공부하고 있었다. 물론, 복습은 좋은 것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좋지 못한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확실하게 비중을 나누어야 했다.


    (2
    ) 과부하

    - "언제든 궁금하면 연락 주세요~"를 남발하고 다녀서인지. 논문을 쓰시는 분 부터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까지 너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었다. 물론, 도움을 드리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들과 나의 일들이 겹치게 되니. 나와의 약속들을 하나씩 미루고 있었다.('운동', '1주 1글 연재' 등) 회사 업무, 스터디, 대학원, 외주, 강의, 도움등 욕심만 앞서지 않고, 시간 대비 나에게 좀 더 가치가 있는 일을 냉정하게 판단 한 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게임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는 것들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더 좋은 효율을 갖을 수 있을 것 같다.


    킬각이 아니면, 과부하를 주의하라



    (3) 겸손하지 못했다.

    - 사실 2018년에는 너무 빠르게 나의 모든 것들이 변화 했다. 한 회사에서 썩 나쁘지 않은 사원에서 지금은 그 회사에 자문을 해주는 상황이 되었고, 터무니 없이 높은 연봉으로 1주일에 한번 씩 입사 제안이 들어왔다. 어느 순간 부터 높은 연봉에 자만 했고, 자존감은 하늘을 찔렀던 것 같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전 회사에서 배운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는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4
    ) Hi. My name is Gi-Hyeok

    - 사실 영어를 그닥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개발자는 영어를 해야한다고?' 예전 회사에서 러시아 친구들에게 엔진에 대하여 물어볼 때, 네이버 지식인에 작문을 해달라고 내공 100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Stack Overflow을 검색해야한다면, 크롬의 한국어 번역을 통해 대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18년은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해인 것 같다. "대기업에 가고 싶어서 토익 점수가 필요해요."가 아니라, 여러 컨퍼런스 혹은 미팅에서 보는 외국인 분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 내년엔 꼭 영어 회화를 뿌셔버려야겠다.




    2018년을 마무리하며.


    - 2018년은 내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던 한 해였다. 단순히 금전적인 면이 아닌,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어떤 길을 가야할지 그 방향들이 잡힌 한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한 해 한 해 모두 지금 보다 더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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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R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