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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생각 2020. 7. 8. 22:34

    故 진현기(진워렌버핏, 진엘론머스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퇴근 길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보았다. `진워렌버핏이라는 방송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었다. 최근에 터진 한 유튜브의 조작 방송 그 전에 수도 없이 일어난 사건들.. 사실 난, TV와 공인?에게 큰 관심은 없다. 남자와 여자가 편을 갈라 싸우는 듯 해도, '내 주변은 평화로우니까..'라고 생각 했고, 논리적이지 못하고 일방적인 댓글을 보아도 그저 지나쳤다.

     

    사실 나 또한, 큰 주제에 있어서는 할 말이 많았다. "꼴페미!! 김치녀!!"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저런 극단적인 행동이 없었어도, 남자들이 지금 처럼 말 한 마디에 주의 했었을까요?"라고 말하고 싶었고, "한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사랑할 사람, 그리고 나의 부모님이 나와 다른 성별인 것을 조금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세상이 자꾸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것만 같았다. 내 친구들, 내 가족들, 6년이 되가는 내 여자친구를 보다 세상을 보면 같은 세상인지 싶었다.

     

    얼마전까지 창업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택시업계가 '타다' 내쫓는 것을 보며 분노 했었다. 도대체 정부가 원하는 혁신이란 무엇이며, 영원할 것에 안주하여, 서비스의 품질이 올라가기는 커녕 점차 낮아지는 택시 업계를 보며 그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때 난 처음으로 기사에 댓글을 달았었다. "90년대 택시를 반대한 인력거 형님들이 웃으시겠네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시대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내가 분노했던 이유는 '혁신', '스타트업' 이런 키워드들이 아니였다. 누군가는 기존 시장을 조금이라도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택시`라는 단어의 무게를 지키기 위하여 불친절한 택시 기사들을 가려내고, 승객이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하여 무엇을 노력한 것일까? 젊은 친구들의 트렌드에 맞추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혹시라도 목 마른 고객을 위하여 생수 하나 준비 하지 않았고, 담배 쩐내를 없애기 위해 차 안에서 담배피지 않는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권리를 주장하는 기사들을 보고 이 곳이 북한인지. 남한인지. 잠시 햇갈렸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그들에겐 세상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화 해버린 것 같다.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가 하는 것 이고, 돈은 당연히 남자가 버는 것 이다. 담배란, 안에서든 밖에서든 그냥 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세월 보다 많은 세월을 살아가셨다. 그들에게 '4차 산업혁명', '여성의 인권 존중', '혁신'을 강요하는 것은 마치 40~50여년을 왼손 잡이로 살아온 이에게 당장 오른손만 쓰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들의 관념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 지금 강남역에서 흡연을 하는 여성분들, 타투를 한 남성, 여성분들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일 테니까. 돌이켜 보면 이런 단순한 시선 조차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고, 난 더 이상 택시 업계를 그리고, 담배 찌든내가 나는 택시를 욕하지 않게 되었다. 이야기가 많이 벗어났지만, 오늘 진워렌버핏님의 영상을 찾아보며 다시 떠오른 이야기였다.

     

     진워렌버핏님의 관련 영상들을 보니,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고등학생, 대학생 때 BJ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야외에서 도를 넘은 행동을 하고 말도 안되는 행위들을 하며 관심을 끄는 BJ와 같아 보였다. 그는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왕따도 당하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감히 추측할 순 없지만 누군가 나를 봐준다는 것을 느끼고 많이 행복하셨을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인지. 조언 해줄 사람들은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제어하지 못하게 되고, 과하게 자신을 표현하시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슬펐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같다.

     

    '관심을 끌고, 돈을 번다.'라는 가치는 같았지만 외적으로 뛰어나지도, 행동이 매력적이지도 않은 상처 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출발과 끝 그리고 학창시절 매력적이였던 상처를 입히는 가해자의 입장에서의 출발과 끝이 너무 달랐던 것 같다.

     

    과연 그가 조금은 유쾌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피해자가 되기 보단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외적 혹은 내적인 능력이 있었다면, `관심`이 조롱이 아닌, 재미가 될 수 있었을까?

     

    '왜 왕따를 당해? 도움을 요청 했었어야지.',

    '집이 화목하진 않았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너대로 잘 살아갔어야지.'

    '힘든 것은 알겠는데.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표현 했어?'

    '출소 이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해서 약을 먹었어? 그래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 안되지'

     

    어디까지가 그의 잘못일까? 너무나 어렵고, 피해자의 입장에선 한 없이 가슴 아프다.

    신이 있다면, 그에게 언제 기회를 주었는지.

    이미 상처 받은 상황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도 죄악인지. 묻고 싶다.

     

    모두가 그저 행복하길 기도 해본다.

     

     

     

    다시 한번 故 진현기의 명복을 빌고,

    관련하여 상처 입으신 분들도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그를 옹호하는 것도 비하하는 것도 아닌, 그저 저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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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RyuK